현재 국내에서 출판된 불교 관련 서적은 2,000권이 넘는다. 금강경, 아함경, 법화경, 열반경, 법구경, 반야심경, 화엄경 등 불교와 불교철학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들이 과포화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출간되어 있지만,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드물다. 책을 펼치면 쏟아지는 불교 전문용어와 한문, 게송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어렵다는 느낌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붓다 시절에는 지식이나 학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했던 불교를, 후세로 옮기는 과정에서 스님이나 불교학자, 종교학자들이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문헌 속에 가두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으로 불교를 접하는 이들을 위해 붓다가 득도 과정에서 겪은 고행과 깨달음을 얻은 후 제자들에게 설법한 내용, 승단 생활, 열반에 이르기까지의 생애를 소설처럼 읽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그래서 불교 관련 서적에 붙이기에는 조금 어색한 다큐멘터리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되었다.
불교 경전은 붓다가 열반에 든 후 마하 가섭이라는 제자의 '如是我聞(나는 이렇게 들었다)'이라는 경전 편찬을 시작으로 많은 제자와 학자들이 설법의 내용에 따라 금강경, 법화경, 반야심경 등 내용과 주제별로 구분하여 편찬한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와 같은 경전은 모두 붓다라는 나무에서 나온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① 모든 경전은 붓다의 설법에서 나왔고, ② 모든 설법은 붓다의 깨달음 속에서 나온 것이며, ③ 그 깨달음에 우리는 어떻게 쉽게 접근할 것인가' 라는 방법론을 제시하여, 초보자의 편안한 '불교 읽기'를 시도했다.
■ 소설의 특징
현대적인 감각을 살려 맛깔스러운 문체로 풀어나간 다큐멘터리 소설 <붓다>는 픽션이 아니라 논픽션이다. 저자는 9년에 걸쳐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인도 등 세계 각지에 있는 불교 자료를 수집하였고,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오랜 시간을 삭힌 후 편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이 책의 특징은, 종교인이 아닌 소설가의 입장에서 종교라는 틀에 매이거나 치우치지 않고 붓다의 생애와 깨달음의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시켰다는 점이다. 세계 여러 곳에서 출간된 붓다에 관한 책은 각 나라마다 붓다의 출생일, 장소가 다르거나, 여러 사건들에 대한 설명, 지명, 인명 등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저자는 여러 사건들을 비교·분석·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소설 형식을 빌어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 혼동을 주지 않으면서 흥미를 갖게끔 했다.
또한 동·서양의 종교와 고전을 폭넓게 연구했던 多夕 유영모가 '붓다와 예수의 가르침은 결코 다르지 않으며, 각자 마음 속에 있는 '참 나'를 발견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은 동·서양의 위대한 영혼인 붓다와 예수의 가르침을 조화롭게 풀어 나갔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매력은 '불교 초보자'와 일반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다. 붓다 사상의 중심인 팔정도(八正道)와 정법, 전생과 윤회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인 '연기설'을, 그 옛날 붓다가 글을 모르는 중생들에게 가장 쉬운 비유를 들어 설법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나뭇잎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인생과 우주를 해석하는 장면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선무당 사람 잡는 식으로 이 책을 썼다며 우스갯말을 했지만, 지금까지 출간된 불교 관련 서적이 불교철학의 뼈를 던져 주었다면, 이 책은 영양분을 고스란히 살려둔 채 단단한 뼈를 갈아서 독자들에게 전해 주고 있다.
저자 소개
저자 유홍종
서울에서 출생하여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현대문학』에 소설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1984년 장편소설 <불의 회상>으로 대한민국 소설부문 신인상을, 1986년 중편소설 <서울에서의 외로운 몽상>으로 소설문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CBS 프로듀서, 동아일보 기자를 지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소설집 <불새>, <북가시나무>, <슬픔의 재즈>, 장편소설 <서울 무지개>, <추억의 이름으로>, <조용한 남자>, 다큐멘터리 소설 한국천주교회사 <왕국의 징소리>1·2권, 다큐멘터리 소설 <명성황후>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