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일경소』는 선무외삼장이 당 현종을 위하여 강술한 것을 제자인 아사리가 기록하고 해설을 가한 책이다.

중국에서 교학이 발전하는 과정은 경전과 논서가 번역되고, 다시 이에 대한 중국불교가의 저술이 행해짐으로써 독립된 교학을 갖는 종파로 성립한다, 그러나 밀교의 경우에는 경전 외에 뚜렸한 밀교 관련 논서가 처음부터 인도에서 유입되지 않았으며 중국에서 제작된 주석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중국밀교가에 의해 충분한 저술이 나올 정도로 전성기가 길지도 않았다. 그래서 본격적인 밀교주석서로서는 거의 독보적이라 할 수 있는 한역 『대일경소』가 어떤 측면에서는 인도에서 비롯된 중기밀교의 메시지를 동북아시아에서 음미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대일경소』는 중국 당나라때에 인도밀교를 가져온 선무외삼장과 그의 제자인 일행(一行)선사에 의해 찬술되었으므로, 그 내용은 전성기 때의 인도밀교와 이를 수용한 중국밀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역 『대일경소』말미에는 한국 밀교의 대표적인 저작이라 할 수 있는 신라 불가사의스님의 『공양차제법소』가 포함되어 있다. 인도와 중국, 한국을 대표하는 밀교가에 의해서 완성된 『대일경소』는 동북아시아 밀교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고대 한국 밀교의 모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