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기 행위에 대한 인연과보因緣果報의 깨달음은
부처님의 지혜광명과 하나가 되는 최상의 방편
불교 경전은 종종 비유설법을 통하여 은근하고 직관적으로 대중에게 이사무애(理事無礙)한 법진리를 선설(宣說)합니다. 『찬집백연경(撰集百緣經)』은 비유설법 가운데 특히 인연(因緣)에 관한 설법으로 총 10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처님을 위시한 다양한 신분의 존자와 중생(衆生)들의 100가지 인연이야기를 모아 설한 경전으로, 자세히 보면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나름의 규칙과 방향을 가지고 내용이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특징을 말하자면, 인(人)ㆍ물(物)ㆍ사(事)ㆍ리(理)의 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인(人)”은 곧 인연의 주체들을 말함이니,
『찬집백연경』은 부처님을 위시하여, 보살(菩薩), 벽지불, 성문(聲聞),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외도(外道), 왕(王), 상인(商人), 도적(盜賊), 천민(賤民), 하늘[天], 독룡(毒龍), 아귀(餓鬼), 축생(畜生) 등 다양한 신분들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물의 다양성은 불교의 진리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합니다.

“물(物)”은 곧 작은 것을 통해서 큰 것을 보는 것이니,
우리에게 익숙한 환경과 동식물 등 자연계의 일체사물을 통해서 비유를 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불교의 윤리사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합니다. 업력의 과보와 인과의 윤회에 대한 설법을 통하여 선업을 쌓고 악업을 짓지 않음이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실하게 알려줍니다.
또한 『찬집백연경』은 우리가 처한 위치를 무량하고 광대무변한 시공간의 좌표상에서 인식하게 함으로써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어 냅니다. 예를 들어, 제1권 보살수기품에서 부처님은 게으름뱅이 난타를 보고 미소를 띠시면서 3아승기겁이 지난 미래세에 난타가 성불할 것이라고 수기를 하십니다. 그런가 하면 제9권 성문품에서는 수만나(須曼那)가 꽃 옷을 입은 채 태어난 이유에 대해 부처님은 91겁 이전의 과거세(過去世)의 공덕 쌓은 인연을 설하십니다.

“사(事)”는 곧 우리가 생활하면서 겪는 제반 관계와 감정을 말하는 것이니, 의식주(衣食住)와 희노애락(喜怒哀樂), 사랑하고 미워하고 정들고 복수하는 등의 애증의 관계, 생로병사(生老病死) 등 생활 가운데 일체의 일들은 어느 것 하나 비유의 대상에 들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찬집백연경』에는 부처님의 자비심에 따른 희생에서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굶주림에 고통받는 아귀의 회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과 감정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행과 감정들은 곧 우리 중생들의 애환을 속속들이 대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리(理)”는 곧 정교롭고 깊고 지극히 비밀한 이치를 말합니다. 부처님 말씀 가운데 세상에 대한 비유는 그 논조가 교묘하고 섬세하며, 감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심오하고 현묘한 이치로 대중이 즉각적으로 진리를 깨닫게 합니다. 『찬집백연경』에서 100가지 인연이야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강조하고자 하는 점을 몇 가지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는 자신이 쌓은 행업에 따라 그 과보를 받는다는 인연(因緣)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찬집백연경』의 각종 인연설법은 우리의 현재가 곧 까마득히 먼 옛날부터 하나하나 쌓아온 온갖 행업의 소산이며 또한 억겁의 미래를 결정짓는 씨앗임을 일깨웁니다.
둘째, 경전에서 등장하는 본생(本生), 즉 부처님 전생의 인연이야기는 자리(自利)와 이타(利他)가 둘이 아님을 깨우쳐 줍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는 하나같이 대자비심을 내어 타인(他人)에게 공감하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자신의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타인을 구제하고자 합니다. 결국 이렇듯 철저히 나를 버림으로써 부처님이 상(常)ㆍ락(樂)ㆍ아(我)ㆍ정(淨)의 덕성을 갖춘 열반에 이를 수 있었음을 설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자리(自利)와 이타(利他)가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남을 위함이 곧 자신을 위하는 최상의 행위라는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셋째, 그러므로 『찬집백연경』에서 얻어야 할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지금ㆍ여기ㆍ우리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하고 감사한 것인지를 매 순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저마다의 삶에 지칠 때 신세 한탄에 빠지기 마련입니다만, 스스로는 깨닫지 못할지라도 지금의 나는 그동안 스스로 쌓아온 무수한 선업을 통해 가능하였음을 『찬집백연경』이 일깨워 줍니다. 그런데 나의 선업은 또한 누군가에게는 타인의 선업 공덕을 얻는 것이니, 마찬가지로 무수한 타인의 무량한 선업이 나를 도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깨닫는다면 지금 나의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으니, 이 또한 『찬집백연경』이 강조하는 중요한 법진리 입니다.
아무쪼록 『찬집백연경』을 독송하는 인연공덕을 통해 소박한 우리네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경에서 부처님께서 지으신 그 은근한 깨달음의 미소를 따라 짓게 되는 행복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저자소개


저자 : 제안용하
스님
1973년 대둔산 태고사 입산. 은해사에서 득도.
해인사 승가대학 졸업.
통도사 승가대학 졸업.
교육원 불교전문강당 졸업.
유불선 삼교에 정통한 대강백 원조 각성 큰스님으로부터 전강 받음.
은해사 종립승가대학원 교무처장 역임.
조계종 포교국장 역임.
89년부터 서울에서 포교원 운영.
포천에 정변지사 수행처 건립.
동두천, 연천군, 포천 일대에서 군 포교 활동.
제25교구 본사 봉선사에서 공로상 수여.
현재 정변지사 주지로서 염불수행 및 대반열반경 연구 중.
저서에 〈우리말로 읽는 능엄경〉 〈대반열반경(한글 현토본)〉 〈대반열반경 요의〉 〈불자수행요집〉 〈나선비구경〉 〈현우경〉 〈반야심경 통석〉 〈잡보장경〉 〈찬집백연경〉 등이 있다.



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