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차(散茶) 시대를 대변하는 차문화 고전 읽기!
떡차의 시대가 저물고 산차의 시대가 열리다
동양 차문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고전으로는 육우(陸羽)의 『다경(經)』이 있다. 지금도 한중일 3국의 차인들은 차 생활을 위한 교과서로 이 책을 공부하며, 『다경』을 남긴 육우는 다성(茶聖)으로 추앙된다. 하지만 『다경』은 당(唐)나라의 차문화를 근간으로 한 저서이며, 이 당시 사람들이 즐기던 차는 오늘날의 우리가 즐기는 차와는 달리 덩어리로 된 떡차였다. 이 떡차를 불에 굽고 쪼개어 미세한 가루로 만든 다음 사발에 타서 마셨다. 당연히 차를 만드는 방법, 우리는 방법, 마시는 방법이 오늘날과는 매우 달랐다.
이러한 떡차 문화는 송대(宋代)에 까지 이어지다가 주원장의 명(明)나라가 건국되면서 마침내 막을 내리게 되고, 그 대신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차와 같은 산차(散茶)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떡차를 가루내어 마시는 시대가 끝나고 산차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당연히 차를 만들고, 우리고, 마시는 일체의 차문화 역시 일대 혁신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처럼 새롭게 시작된 산차 시대의 차문화를 집대성한 대표적인 고전이 바로 장원(張源)의 『다록(茶錄)』과 허차서(許次?)의 『다소(茶疏)』이다. 명나라를 거치는 동안 수많은 다서(茶書)들이 창작되었으나 이 두 권의 책만큼 광범위하게 차문화를 다룬 책도 없고 후대에 끼친 영향이 큰 책도 없었다.
이 가운데 『다소』는 16세기 말(1597)에 항주 출신의 차인 허차서(1549~1604)가 쓴 다서이다. 장원의 『다록』이 원론적인 차의 이론을 다루고 있는 데 반하여 이 책은 훨씬 문학적이고 정서적이며 아취와 풍류가 가득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차생활을 일상적으로 즐기는 차인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들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어 오늘날의 차인들에게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
『다소』를 넘어 차문화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책
이 책 『다소 주해』는 『다소』라는 400년 전의 고전을 단순 해설한 책이 아니라, 『다소』의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차인들이 알아두고 궁구해야 할 차문화의 모든 국면을 다룬 종합 안내서다. 『다소』의 글자 하나하나를 자세히 풀어 설명하는 것은 물론, 주해자의 해박한 고전 지식과 차문화 지식을 총동원하여 오늘의 차문화 전반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는 한중일 3국의 차문화 고전들만을 십 수 년째 천착하고 있는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자, 최근 최고급 문화의 총아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 차문화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