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판화가 이철수가 충북 제천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판화 작업을 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인터넷 사랑방' 이철수의 집(www.mokpan.com)을 열어놓고 2002년 10월 15일 첫 엽서를 보내기 시작해 10년이 되었다. 먼 데로 여행을 떠나는 등 특별히 집을 비워야 하는 때를 제하고 거의 엽서를 거른 적이 없기에 그간 보낸 엽서만 해도 3000여 통에 이른다.

<사는 동안 꽃처럼>은 그렇게 보낸 편지를 모아 엮은 일곱 번째 책이다. 이철수는 "따뜻하고 정직하고 서로 위안이 되는 대화가 있는 사랑방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고백에 가까웠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엽서를 읽으면 엽서의 발신자보다는 수신자인 나 자신의 마음에 다시금 말을 걸게 되기에 엽서 한 장으로 계속해서 소통이 이어지는 셈이다.

흙을 일구고 논밭에 곡식과 푸성귀를 갈아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자랑하는 엽서가 많다. 너무 어렵거나 관념적이어서 삶에 가져다 쓸 수 없는 이야기, 내 안에 범람하는 욕심을 부추기는 실용적인 지혜, 성공과 행복 쟁취를 권유하는 말은 달콤하지만 우리 삶을 더더욱 메말라가게 한다. 그래서 땀도 있고 마음의 이완도 있는 농사 이야기며 자연 이야기를 엽서에 담은 것이다.

한편, 좋은 이웃과 친구도 중요하지만,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고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놓여날 수 있게 하는 내면의 힘, 혼자 설 힘이 중요하기에 농사 이야기 틈틈이 마음 살피기도 이야기했다. 이철수가 보내는 나뭇잎편지에는 몸의 자급자족인 농사, 마음의 자급자족인 마음 살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저자소개
이철수
 
간결하고 단아한 그림과 선가의 언어방식을 끌어온 촌철살인의 화제들 혹은, 시정이 넘치는 짧은 글이 어우러져 현대적이면서도 깊이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우리 시대 대표 판화가.

1954년 서울에서 출생하였고 한때 독서에 심취한 문학소년이었으나, 군 제대 후 홀로 그림을 공부하여 화가가 되었다. 오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평가로 처음 미술 활동을 시작했으며, 1981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전국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1989년에는 독일과 스위스의 주요 도시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탁월한 민중판화가로 평가받았던 이철수는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 간 그는 그 후 사람살이 속에 깃들인 선과 불교에 주된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하나로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판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새도 무게가 있습니다』, 『소리 하나』, 『배꽃 하얗게 지던 밤에』 등 판화 산문집, 『이철수의 작은 선물』, 『생명의 노래』 등 판화집과 엽서 모음집 『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자고 깨어나면 늘 아침』,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오늘도 그립습니다』 등을 출간하였다.

2012년 현재 충북 제천의 박달재 아랫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판화작업을 하고 있다.

목차

겨울

여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