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근대 불교사에 대한 불교철학자의 인문학적 통찰. 한국 근대 불교에 대한 기존의 연구 경향과 내용은 불교계의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사상과 행적으로 칭송하는 데 편향되어 있다. 이는 불교학계의 이론적 쟁점에 철학적 접근을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불교계의 민족의식 및 반일정서와 관련된 정치사회적 사건에만 주목하는 시선 역시 근대 불교 연구의 문제점이다. 이 같은 조류에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근대 불교를 살핀 『한국 근대 불교의 타자들』은 다채로운 문헌과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근대 불교에 접근하고 있다.
주류가 아닌 그런 ‘타자들’ 중에서도 분명히 근대 불교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들을 주된 연구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대처승과 사판승, 비구니 등을 비롯해 그 밖에 불교계의 주변인물들까지 망라하였다. 이들은 광복을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 사찰이나 선원禪院의 운영에 지속적이고 심도 있게 참여했던 속인俗人으로, 이른바 외호로 통칭되면서 화주, 부목, 공양주 등의 소임을 맡았던 인물들이었다.
저자소개
저자 박재현
상주尙州에서 기유己酉해에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상경계열에 다니면서 철학을 엿보다가, 결국 이 공부를 평생의 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 철학과 선禪이 만나는 지점을 모색했는데, 은사이신 심재룡沈在龍 선생님과 주변 선후배들에게 갚을 길 없는 도움을 받았다. 스승께서는, 2004년 10월 20일 처음 떠나왔던 곳으로 서둘러 돌아가셨다.
대학원 재학 중에 『무無를 향해 기어가는 달팽이』와 『깨달음의 신화』를 저술했다. 몇권의 불교철학서도 동학들과 함께 냈고, 박사학위 논문인 「한국 불교의 간화선 전통과 정통성 형성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서 지금까지 발표한 논문도 헤아려보니 적지 않다. 교수신문사에서 주최한 학술에세이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사)불교학연구지원사업회로부터 우수박사학위논문상도 받았다.
목차
1부 선禪, 근대의 타자
나에게 의발을 전하겠는 자 있으면, 앞으로 나오라-경허 구한말의 대표 선사이면서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진 송경허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선사상 살피며 그에게 간화선은 어떤 의미인지 검토했다. 경허 선사상의 근간을 이루었던 핵심적 사안은 ‘죽음’이었다. 그가 최종적으로 간화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선문의 결사운동을 주도하다가 끝내는 은둔 환속하기까지, 그 저변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사안은 모두 ‘죽음’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절박하고 보편적인 문제상황이었다.
· 죽음, 경허의 문제의식 · 심기일전 · 의발을 전하겠다는 자 누구인가 · 결사 · 파격과 환속 · 지금 여기의 실존을 수행하라
나는 너를 여의지 않았고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만공 근대 불교계의 대표적 선승인 송만공의 선사상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선불교 문화의 두드러진 특징인 공안의 기능과 역할에 관해 철학적 이해를 도모했다. 지금까지 공안은 많은 경우 주문처럼 신비해서 합리적 이해가 불가능한 것인 양 인식되어 왔다. 이는 선어를 철학적 시각보다는 종교적 혹은 신비적 시각에서 파악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공안은...1부 선禪, 근대의 타자
나에게 의발을 전하겠는 자 있으면, 앞으로 나오라-경허 구한말의 대표 선사이면서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진 송경허의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선사상 살피며 그에게 간화선은 어떤 의미인지 검토했다. 경허 선사상의 근간을 이루었던 핵심적 사안은 ‘죽음’이었다. 그가 최종적으로 간화선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선문의 결사운동을 주도하다가 끝내는 은둔 환속하기까지, 그 저변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사안은 모두 ‘죽음’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절박하고 보편적인 문제상황이었다.
· 죽음, 경허의 문제의식 · 심기일전 · 의발을 전하겠다는 자 누구인가 · 결사 · 파격과 환속 · 지금 여기의 실존을 수행하라
나는 너를 여의지 않았고 너는 나를 떠나지 않았다-만공 근대 불교계의 대표적 선승인 송만공의 선사상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선불교 문화의 두드러진 특징인 공안의 기능과 역할에 관해 철학적 이해를 도모했다. 지금까지 공안은 많은 경우 주문처럼 신비해서 합리적 이해가 불가능한 것인 양 인식되어 왔다. 이는 선어를 철학적 시각보다는 종교적 혹은 신비적 시각에서 파악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공안은 그 부조리한 형식적 특징으로 해서 합리적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불립문자를 공언했던 선이 문자의 형식으로 노출된 것이라는 점에서, 선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결정적이고도 유일한 통로라고 할 수 있겠다.
· 간월암 · 말과 공안 · 의심과 자발성 · 자재 혹은 자유 · 법통과 법맥 · 스승의 길
왜 하는지 묻지 말고 어떻게 하는지 물어라-한암 여기서는 한암의 출가동기와 수행과정에서 나타난 선적 경향성을 파악했고, 이어서 한암의 선사상이 갖는 특징의 단초를 확인했다. 그리고 구한말 불교계의 상황과 한암의 역할과 이를 통해 그의 사상적 단초가 구한말과 식민지시대라는 시대적 특수상황 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서술했다.
· 경허와 한암의 만남 · 방한암은 누구인가 · 일제강점기 불교계의 상황과 한암의 상황인식 · 한국 선의 새로운 범형 모색 · 경허와 한암
선은 선 밖에 있다-만해 만해는 분명 근대를 대표한 승려지만 그 대표성이라는 것이 정치사회적 맥락이나 문학적 맥락에서 얘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가 승려였음에도 정작 그의 불교사상에 대해 논하는 것이 그만큼 본격적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여기서는 만해의 사상적 근간이 선적 역할의식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 아! 1910년 · 승려 아닌 승려 · '십우도' 다시 읽기 · 조동선과 만해 · 선 밖의 선 · 보수적 불교 개혁노선과 만해의 만남
· 종교와 사회
2부 불교계의 타자들
승려의 취처를 허하라 한국 근대 불교계의 대표적 의제였던 ‘대처식육’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도모했다. 일제강점기의 대처식육 문제와 관련해서 기존 학계의 평가는 대체로 왜색불교문화의 영향으로 간주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들어 그것을 조선 불교의 근대화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처 문제에 대한 당시의 상반된 의견은 이 문제를 파악하는 시각과 문제의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대처식육을 옹호하는 측은 이 문제를 종교윤리와 사회윤리적인 맥락에서 파악했다. 이와 같은 인식과 문제의식의 차이를 이해해야만 대처식육 문제에 내포된 종교적, 철학적 의미가 비로소 드러난다.
· 금욕의 유혹 · 근대 불교를 보는 하나의 눈 · 대처에 관한 두 가지 생각 · 《조선불교유신론》에 나타난 대처에 관한 생각
· 금기의 역할 · 염세와 독선을 넘어서
여자도 사람이외다 근대 불교계에서 여성 및 재가자들인 외호의 비중과 역할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주류가 되지 못한 근대 불교사의 한 부분에 대한, 말하자면 근대불교의 ‘타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의 생애와 그 의미가 이른바 큰스님이나 대선사들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글을 통해 이들의 역할과 위상이 변화하는 과정이 곧 근대불교의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임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만공과 나혜석 · 김일엽과 정수옥 · 신여성과 불교 · 소설 속의 신여성 · 부인들의 선원 참여 · 선원의 외호들
· 마지막 농감, 박찬조옹
사판이여 어서 오소서 일제강점기 당시 불교계의 주류였던 사판승과 대처승들이 점차 퇴조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근대 불교의 성격을 가늠해 보았다. 여기서는 먼저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 불교계를 이끌었던 선학원의 설립배경과 동기 및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 어느 포교사의 일기 · 학명과 혜봉 그리고 만암 · 비구승의 세력화 · 선원의 등장과 사판승 · 선학원의 설립과 그 배경
· 선원의 법인화 · 근대 방함록에 나타난 사판승의 위상 · 수행중심주의와 종교의 윤리성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 간화선의 본질적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간화선의 심리치료적 활용과, 동아시아 불교수행의 기본적인 문제의식, 간화선 수행의 윤리적 의미 등을 전반적으로 살폈다. 이를 통해 간화선이 특정 종교의 의례나 수행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 전반의 포괄적 주제를 내포하는 포괄적 사유체계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싯다르타의 출발점 · 날아가는 화살 · 나의 형성 스트레스와 번뇌 · 존재의 해체 · 실상의 복원 · 동아시아 불교수행의 문제의식
· 간화선 수행의 윤리적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