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 위로 2,506킬로미터를 달렸다.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엔가는 반경 수십 킬로미터 안에는 우리 외에는 단 한 사람도 없는 곳에서 잠을 잤다. 두렵거나 외롭지 않았다. 밤하늘을 보았다. 거꾸로 ... 더보기 끝없이 펼쳐진 붉은 사막 위로 2,506킬로미터를 달렸다.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 날 밤엔가는 반경 수십 킬로미터 안에는 우리 외에는 단 한 사람도 없는 곳에서 잠을 잤다. 두렵거나 외롭지 않았다. 밤하늘을 보았다. 거꾸로 서 있는 오리온자리 그리고 북반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남십자성과 금세 친해졌다. 지구 어느 구석이나 저마다의 풍경이 있다. 금방 익숙해지고 낯섦은 사라진다. 서호주 역시 다르지 않다. 별난 곳이 아니다. 샤크 만의 해변, 카리지니의 깊은 협곡, 붉은 사막도 한나절이면 익숙해진다. 탐험이든 여행이든 ‘낯섦’을 잃어버리면 그냥 일상이 된다. 그런데 길고 험난한 여정이 낯섦으로 이어졌다. 포인트마다 35억 년 전 생명의 흔적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스토리가 있었다. 낮에는 돌과 이야기하고 밤에는 별과 이야기 했다. 돌과 별 사이에 과학탐험가 문경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경수는 자신의 탐험 이야기로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감동받은 이를 이끌고 직접 경험하게 했다. 『35억 년 전 세상 그대로』는 생명의 기원을 찾아가는 우주생물학자들의 탐사 이야기이자 탐험 입문서다. 이 책을 읽고 탐험에 나서는 용기를 얻기 바란다. 탐험가란 자연을 탐구하려는 열정으로 고무되어 ‘위험’을 감수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책 속으로
나는 이 알 수 없는 황량함에 이끌려 서호주로 갔다. 특히 북쪽에 있는 샤크 만은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에게 아주 특별하다. 지구에서 35억 년 전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구 대기의 산소를 만든 미생물이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불리는 버섯 모양의 바위에서 살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생명체를 포함해 지금의 인간까지 진화할 수 있었다. -9쪽 드디어 지구 속으로 들어간다. 절벽 아래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중력의 힘이 커지는 것만 같다. 20억 년 전 형성된 지각임을 떠올리면 한 걸음이 족히... 더보기 나는 이 알 수 없는 황량함에 이끌려 서호주로 갔다. 특히 북쪽에 있는 샤크 만은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에게 아주 특별하다. 지구에서 35억 년 전의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구 대기의 산소를 만든 미생물이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불리는 버섯 모양의 바위에서 살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생명체를 포함해 지금의 인간까지 진화할 수 있었다.
-9쪽
드디어 지구 속으로 들어간다. 절벽 아래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중력의 힘이 커지는 것만 같다. 20억 년 전 형성된 지각임을 떠올리면 한 걸음이 족히 1,000년은 넘는 셈이다. 마치 신생대부터 시작해 중생대, 고생대를 지나 사라진 산소의 단서를 품은 시생대로 내려가는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자연사박물관의 구조를 협곡 형태로 만들면 어떨까? 마치 지구 속을 탐험하는 쥘 베른의 소설로 들어온 것 같다.
-148쪽
벌어진 지각 틈으로 보이는 별들은 북반구에서는 겨울철 별자리다. 북반구에서 익숙하게 봤던 별들은 지평선 아래로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익숙한 오리온자리도 위아래가 반대다. 은하수를 중심으로 남십자성과 전갈자리의 심장에 해당하는 붉은 별 안타레스가 보인다. 저녁 일찍부터 남쪽 방향을 바라보면 지평선 부근에서 카노푸스와 시리우스를 만난다. 카노푸스는 북반구 하늘에서 좀처럼 볼 수 없지만 밝은 빛을 내기 때문에 남반구 하늘에서는 단연 눈에 띈다.
-160쪽
“화성에 가본 적이 있니?”
“네! 한국에 화성이란 지명을 가진 도시가 있어요.”
“여기가 화성이야. 화성과 크게 다르지 않아.”
-186쪽
“여기가 생명의 시작은 언제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장소입니다.”
-190쪽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야말로 생명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다. “정말 우리뿐일까.”
-211쪽
“이번 탐사가 저한테는 큰 질문거리를 남겨준 것 같아요. 생명의 출현이 꼭 지구라는 테두리 안에서 시작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질문이 모여서 우주생물학이라는 분야가 등장했습니다. 그 전에는 생명의 기원에 대한 가설을 지구 중심적으로 생각했으니까요. 천동설과 지동설이 충돌했던 그때처럼 말이죠.”
-236쪽
우리의 탐험은 결코 사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