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
사찰에서 만나는 벽화의 구성은 부처님 전생에서부터 왕자로서의 삶, 그리고 출가 과정과 성도, 성도 후 중생구제를 위한 구도의 흐름을 펼쳐 보인다. 또한 경전을 근거로 한 벽화들에 대한 이야기와 구도의 과정을 밟은 불교의 여러 스승들, 그리고 사찰의 벽화를 통해 풀어 설명한다.



저자소개


저자 : 지홍 법상

경남 김해 정암사 주지 스님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법보신문에 〈사찰에서 만나는 주련을 연재하며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사찰에서 만나는 주련』, 『불교 齋의례 게송』, 『보리수 금강경』을 출간하였다.



목차



벽화,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펼쳐 전하는 방편의 메시지

경전의 내용을 그린 벽화도 자세히 보면 엉터리에 가까운 벽화가 아주 많다. 이는 벽화를 그리는 화공이 그만큼 경전을 보지 아니하고 벽화를 그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 대해서 누가 뭐라고 하여도 근본적인 책임은 화승(畵僧)의 명맥을 단절시킨 우리나라 불교에 있다. 불교는 원래 다양성을 추구하여 구도하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손꼽아 알 수 없을 시기부터) 선승(禪僧) 외에는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를 거치며 다양한 방면의 구도 행위를 모두 무너뜨리고 말았다.

우리나라 사찰의 벽화는 중화사상(中華思想)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에도 뼈를 깎는 구도의 길을 걸었던 스님들이 아주 많지만, 현실은 우리 스스로 이를 멀리하여 중국 스님들 일변도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벽화에 있어서 구름 문양을 그려 넣거나 도교풍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벽화가 대부분인데, 그러한 것이 벽화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내용을 불문하고 첩첩산중에 주인공을 끌어들여 벽화를 그리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벽화가 없게 하려면 모든 불자의 지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박제된 새가 되어 버린 벽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벽화는 건축물이나 석굴의 외벽이나 내벽, 그리고 동굴 등에 그려진 회화(繪畵)를 말한다. 그러므로 그려진 대상에 따라 벼랑에 그려지면 애벽화(崖壁畵), 궁실(宮室)에 그려진 궁실벽화(宮室壁畵), 묘실에 그려진 묘실벽화(墓室壁畵), 석굴에 그려진 석굴벽화(石窟壁畵), 사원에 그려진 사관벽화(寺觀壁畵) 등의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왕실 벽화로는 창덕궁 대조전(大造殿) 벽화 등이 있다. 석굴 벽화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가 어려우나 인도의 아잔타(Ajanta) 석굴, 중국 투루판의 베제클리크(Bezeklik) 석굴, 쿠차의 쿰트라(Kumtura) 석굴, 스리랑카 마탈레(Matale)에 있는 담불라황금사원(Golden Temple of Dambulla) 등이 유명하다. 사관 벽화는 사찰을 비롯하여 도관(道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화를 말한다. 이 책에서는 사관 벽화를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신라시대에 솔거(率居)가 그렸다는 분황사(芬皇寺)의 천수대비관음보살 벽화, 단속사(斷俗寺)의 유마상 등이 아주 유명하였다고 하지만 현재는 전하는 것이 없어 무척이나 아쉽다. 그러나 영주 부석사(浮石寺) 무량수전에 고려 시대에 그려진 사천왕도는 지금도 전하고 있으며, 조선 초기에 그려진 안동 봉정사(鳳停寺) 대웅전 벽화, 강진 무위사(無爲寺)극락보전 벽화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사찰의 벽화가 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많은 벽화를 보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으로 인하여 대부분 절이 파괴되고 소진(燒盡)되었기 때문이다.

벽화는 배움의 또 다른 장르다. 그런 점에서 벽화는 우리에게 많은 공부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찰의 벽화 한 점이라도 소중히 보존하고 또한 그림에 깃들여진 내용을 알아두어야 한다. 묻혀 있던 벽화들에 담겨 있는 옛 선사들의 이야기와 불교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