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집일 경론소기』는 신라 원효元曉(617~686)가 남긴 저술 가운데 현존하지 않지만 주로 고대 일본의 불교 문헌에 산일散逸되어 있던 11종 주석서의 자료를 집일輯逸하여 번역한 책이다. 집일된 내용이 대부분 경과 논論에 대한 주석서라는 점에서 전체 서명을 ‘경론소기’로 명명하였다. 11종 문헌이란 다음과 같다. 『집일 승만경소』는 『승만경』에 대한 원효의 주석을 모은 것으로, 분량이 비교적 많으므로 『승만경』의 경문과 그에 해당하는 원효의 주석문을 회편해서 소개하였다. 『집일 능가경종요』는 『입릉가경』의 핵심적 내용을 요약하여 밝힌 『능가경종요』의 산일문을 모은 것이다. 『집일 보살영락본업경소 상권』은 『보살영락본업경』 상·하권에 대한 주석서 중 현존하는 하권을 제외하고 산일되어 있던 상권의 내용을 모은 것이다. 『집일 인왕경소』는 구마라집 역의 『인왕경』에 대한 주석서의 산일문을 모은 것이다. 『집일 인명입정리론기』는 원효의 인명 관련 주석서인 『인명입정리론소』와 『인명입정리론기』 가운데 후자의 산일문을 모은 것으로, 해당 주석서를 『인명입정리론』 본문과 회편하여 소개하였다. 『집일 삼론현의』는 다른 문헌에는 전하지 않고 오직 일본의 승려 진해珍海(1091~1152)가 지은 『삼론현소문의요』에 1회 인용되는 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집일 해심밀경소』는 원효의 『해심밀경소』 3권과 관련된 산일문을 모은 것이다. 『집일 일도의』는 일도一道에 대해 그 도리를 근본으로 하여 해석한 『일도의』의 산일문을 모은 것이다. 『집일 겁장』은 겁劫에 대한 의미와 도리를 설명하는 『겁장』의 산일문을 모은 것이다. 『집일 대승기신론요간』은 『집대승기신론』에 대한 원효의 다양한 주석서 중 『대승기신론요간』으로 추정되는 한 문장이다.



저자소개


저자 : 원효

신라 진평왕 39년(617) 압량군 불지촌(현 경북 경산)에서 출생했다. 소년 때(16세) 출가하여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치열하게 수행하였고, 지음知音의 도반 의상義相(625-702)과 함께 당나라 유학을 시도하다가 깨달음 성취로 인한 자신감이 생겨 유학을 그만두었으며, 서민 대중들에게는 신뢰와 희망의 대상이었고, 권력과 제도권 승려들에게는 불편하면서도 경외의 대상이었던 인물. 왕족 과부와 결혼하여 신라 십현十賢의 한 사람이 된 설총薛聰을 낳고는 환속하여 비승비속非僧非俗인 거사居士로서 수행하기도 하였던 인물. 특정한 삶의 유형과 진영에 소속되거나 머물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듯 내달렸던 인물. 신분이 미천한 대중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부처 되는 길을 알리려고 춤과 노래 등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실험을 하였고, 심오한 체득과 혜안을 웅혼한 필력으로 종횡무진 글에 담아내어 당대 최고 수준의 불교지성을 동아시아 전역에 흩뿌렸던 인물. 인도의 불교논리학 대가인 진나陳那(Dignāga)의 문도가 당나라에 왔다가 입수하여 읽고는 감탄하여 산스크리트어로 번역해 인도에 보냈다는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을 지은 인물. 그와의 밀접한 연관에서 한반도에서 찬술된 것으로 보이는 『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에 관한 최초/최고의 주석인 『금강삼매경론』을 저술하여 자신의 불교 탐구와 안목을 총정리하고 있는 인물. 만년에는 토굴같이 누추한 절(穴寺)에서 수행하다가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였던 인물. -현존하는 원효 관련 기록에서 포착되는 단면들이다.
이칭異稱, 진찬眞撰 여부 등을 감안할 때, 대략 80여 부 200여 권이 확인되는 그의 저술의 양과 질은 당시 동아시아를 통틀어 가히 최고 수준이다. 양으로만 보아도 한반도에서 그를 능가하는 경우가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의 대저술가였던 천태 지의智顗(538-597, 30여 부)나 화엄 법장法藏(643-712, 50여 부), 법상 규기窺基(632-682, 50여 부)도 원효에 비견되기 어렵다. 그의 80여 종 저서 중에서 완본으로 전하는 것이 13종, 잔본殘本이 8종이다. 잔본까지 합하여도 21종 저서가 현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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