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늘 깨어 깊어지는 것이 명상이요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이 사랑이라던 그윽한 스승 눈길을 그린다

법정 스님은 “때맞춰 명상 시간을 가지라. 깊은 명상에 잠겨 있는 바로 그때, 우리는 곧 부처다. 우리 안에 있는 불성이 드러난 것이다. 깊은 명상 속에 있을수록 의문이 가라앉는다. 안으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남에게 물을 일이 하나도 없다. 의문이란 마음이 들떠 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씀하셨다는 작가는 “명상하면 우리 안에 있는 부처 결이 드러날 수 있다는 말씀”이라고 하면서 법정 스님이 빚은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 밑절미가 바로 ‘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법정 스님이 그린 큰 그림은 사랑이며 무소유는 그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다.



저자소개


변택주

길상사에서 열린 법정 스님 법회 진행을 열두 해 동안 보며,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에서 마음과 세상 그리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걸음을 뗐다.
“배운 것을 세상에 돌리지 않으면 제구실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 스승 말씀에 따라 이 땅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면서 모래 틈에라도 들어설 만큼 아주 작은, ‘꼬마평화도서관’을 열러 다니고 있다. 이제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복도, 중학교 복도, 반찬가게와 카센터, 밥집과 카페, 교회와 절, 책방과 연립주택 현관 그리고 아픔이 깃든 역사터를 아울러 마흔 곳 가까이 문을 열었다. 좋은 이웃들과 어울려 마음 나누다 보니 ‘평화’를 ‘어울려 살림’이라 새긴다.
이웃과 어울려『법정 스님 숨결』『법정, 나를 물들이다』『달 같은 해』『가슴이 부르는 만남』『카피레프트, 우주선을 쏘아 올리다』『부처님 말씀 108가지』『내 말 사용 설명서』『벼리는 불교가 궁금해』따위 책을 빚었다.
아울러 팟빵과 오디오클립, 팟캐스트에서 ‘평화를 꿈꾸는 용자와 현자’, ‘왁자지껄 말부림’, ‘찾아가는 중립이야기’, ‘경영공작소’란 이름으로 소리 방송도 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6
들어가며 명상, 어떻게 해야 하나 8

첫째 마디 사랑하다
동무는 내 부름에 응답 22
Happy your birthday 27
두껍아, 너는 무슨 재미로 산중에 혼자 사느냐 32
스승과 겨울안거를 함께한 이끼 낀 돌 36
부부가 우리 아내·남편이라 하는 까닭 39
아이들을 놀려라 46
아이는 그대로 옹글다 54
네가 있어 이웃이 맑고 향기로울 수 있기를 60
사랑은 셈할 겨를이 없다 64
사랑은 따뜻한 눈길, 그리고 끝없는 관심 68
사이를 명상하다 75

둘째 마디 마음쓰다
천주님 사랑이나 부처님 자비는 한 보따리 86
깨닫는 순간 불자이기를 멈춰 94
나 있다 99
네 첫 마음 아직도 있느냐 105
사람이 부처다 113
마음은 닦는 게 아니라 쓰는 것 118
흔들리되 휘둘리지 않을 숨 고르기 125
봉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135
살아있는 것은 다 안녕하라 139
그대가 살던 마을 사람들은 어떻소 144
스님은 국문과를 나와서 글을 쓰시나요 150

셋째 마디 살림하다
아이 낳아 기르면서 어머니가 된다 158
자라나는 생명에 손을 빌려주는 사람 264
내 생명 뿌리가 꺾이었구나 169
등 뒤에서 지켜보는 눈길 174
나무 법정 인로왕보살 마하살 179
다 하지 말고 남겨두어라 186
착한 짓은 받들어 하라 192
밥을 명상하다 195
욕심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 200
죽음을 명상하다 207
불타는 아마존을 지켜보며 214

넷째 마디 헤아리다
생각은 숨어 있는 말이요 말은 드러난 생각이다 224
낡은 말을 벗고 새 말을 입으려면 232
침묵이 받쳐주지 않는 말은 소음 241
참다운 말결은 그대로 정성 245
사람은 책을 만들고 249
소리 내어 읽으면 영혼을 맑힌다 258
일을 명상하다 263
일터를 명상하다 270
외로움을 명상하다 278
시간을 명상하다 284
시간을 살리다 290
이제 하지 않으면 294
조금 떨어지면 301

맺는말 309




  • 책속으로
  • 스승이 출가하고 나서 어머니를 뵈러 간 적이 딱 두 번뿐이다. 한 번은 다니던 대학 후배들에게 강연하러 갔을 때 같은 대학교수로 있던 벗님 부인에 이끌려 갔다. 죽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오기나 한 것처럼 반긴 어머니는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 골목 밖까지 따라오며 손에 꼬깃꼬깃 접어진 돈을 쥐여 주셨다. 그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던 스승은 오래도록 품고 계시다가 송광사 불사를 할 때 어머니 이름으로 시주를 했다.
    두 번째는 어머니가 매우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로 가는 길에 만나 뵈었다. 많이 수척해진 어머니는 느닷없이 나타난 스승을 보며 눈물바람이 하셨다. 그것이 이승에서 마지막 모자 상봉이다.
    어머니가 미리 알리지 않고 불쑥 스승을 찾아간 건 한 번뿐이다. 고모네 딸을 앞세우고 불일암까지 올라오셨다. 스승은 밥을 짓고 국을 끓여 점심상을 차려드렸다. 혼자 사는 아들 음식 솜씨를 대견하게 여기셨다는데. 어머니 배웅 길을 스승 목소리로 들어본다.

    “그날로 산을 내려가셨는데, 마침 비가 내린 뒤라 개울물이 불어 노인이 징검다리를 건너기가 위태로웠다. 나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넜다. 등에 업힌 어머니가 바짝 마른 솔잎 단처럼 너무나 가벼워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 가벼움이 어머니 실체를 두고두고 생각케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 이제는 내 생명의 뿌리가 꺾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했다. 마침 안거 철이라 장례에 가지도 못하고 안거를 마친 뒤 49재에 가서 단에 올려진 사진을 보며 한없이 눈물을 쏟으셨다는 스승은 나중에 “나는 이 나이 이 처지인데도 인자하고 슬기로운 모성 앞에서는 반쯤 기대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머니는 우리 생명의 언덕이고 뿌리이기 때문에 기대고 싶은 것인가.”하고 돌아보신다.

    (본문 169~170쪽 중에서)

    오래전 외환위기를 맞아 사람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우리에게 스승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찢어지게 가난해 너무 살기 힘들어하던 선비 한 사람이 저녁마다 향을 사르고 천지신명에게 빌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결같이. 그러기를 여러 달,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옥황상제께서 그 정성에 마음이 흔들려 그대가 무엇을 바라는지 듣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소원을 일러보라!”
    느닷없는 소리에 어리둥절하던 선비는 “소원이랄 것도 없고, 그저 몸이나 가리고 제때 밥걱정하지 않고 산천을 누비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그 말에 옥황상제 사신은 “아니, 그것은 하늘나라 신선이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거늘 어찌 그대가 탐하는가. 부자가 되거나 귀해지기를 바란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그것은 참으로 들어주기 어렵네.”라고 했다.

    무슨 말씀인가.
    소욕지족, 적은 것에 기꺼워하기란 입에 올리기는 그럴싸해도 막상 하려고 들면 부자 되기보다 더 어렵다는 말씀이다. 그토록 맞아들이기 어려운 ‘적은 것에 기꺼워하며 누리는 삶’을, 외환위기가 찾아와 적은 것에도 기꺼워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니 욕심을 내려놓고 맑고 담백하게 살라는 말씀이다.
    (본문 188~189쪽 중에서)

  • 출판사 서평
  •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명상하다

    이 책의 저자는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흔히 사람들이 법정 스님 하면 무소유를 떠올리지만 자신은 사랑이 떠오른다.’며 스승을 회고한다. 아울러 늘 곱씹는 말씀으로 법정 스승이 ‘맑고 향기롭게’를 열며 하신 말씀과 사랑을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여쭈었을 때 주신 말씀을 다듬어 다음과 같이 묶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명상하기와 사랑하기에요. 늘 깨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저를 바꾸어 깊어지는 것이 명상이요, 따뜻한 눈길과 끝없는 관심에서 어리어 오르는 것이 사랑입니다.”
    저자는 “스승이 가시고 나서 열 해, 저는 제 세상 어디쯤 있을까요? 서툰 걸음이나마 내디딜 수 있도록 품을 내어주신 스승께 절 올립니다.”라며 삶이 지치고 힘들 때마다 법정 스님의 따뜻한 눈길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