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는 천신들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의 유익과 행복을 위하여 자비심에 의해서 45년 동안 교화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붓다의 제자들도 전도선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러한 교화활동에 전념하였다. 붓다의 구도에서 깨달음, 교화활동의 전 생애에서 볼 수 있는 계정혜(戒定慧)와 해탈, 그리고 자비심의 이타행 실천은 바로 붓다가 가르친 수행과 회향(回向)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을 위한 수행(自利行)으로서 계정혜를 닦았으며, 타인을 위한 실천행(利他行)으로 자비를 실천한 것이었다.
- 1장 붓다의 생애와 승단의 성립 中에서
불교란 붓다의 가르침이며 말씀(佛說)이다. 그러므로 초기불교에서 말하는 불교를 간단히 요약하면 고집멸도(苦集滅道)의 네 가지 고귀한 진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짐승들의 발자국은 코끼리의 발자국 안에 들어오듯이 붓다의 모든 가르침은 사성제(四聖諦)에 포함된다. 붓다는 간단하게 “내가 가르치는 것은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소멸(苦滅)이다.”라고 설했다. 따라서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한 이해가 곧 불교에 대한 이해이자 불교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 2장 초기불교의 근본 교설과 수행론 中에서
보살의 행위가 이타적인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초기의 대승경전은 하나의 극단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방편불보은경(大方便佛報恩經)』은 ‘대비(大悲)’라고 불리는 붓다의 전생보살 때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그는 배의 선장으로서 오백인의 상인을 운송하고 있었다. 어느 날 천신이 그에게 한 상인이 사실은 도둑으로,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재물을 약탈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는 도둑으로 하여금 살생을 저지르게 한다면, 도둑은 억겁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받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만일 그가 다른 상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준다면 그들은 도둑을 죽일 것이고, 따라서 살생의 죄 때문에 상인들이 지옥에 가게 되리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도둑과 상인들을 위해 자신이 살생죄를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도둑을 죽였다. 그리고 비록 그 자신은 지옥의 고통을 받았지만 그의 대비심과 선교방편에 의해 도둑과 상인 모두를 고통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 3장 대승불교의 성립과 중심 이념 中에서
이러한 여래장의 존재성은 대승의 두 학파에 의해서도 수용되었다. 유식학파에 의해서 여래장은 순수한 의타기성으로 해석되었고, 중관학파에 의해서는 공성과 동일시되었다. 왜냐하면 중생의 마음을 붓다의 마음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자체적 본성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래장계 경전에서 비록 여래장이 아트만으로 기술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우파니샤드적 의미에서의 불변하고 내재적으로 존재하며, 존재론적으로 실재하는 아트만과는 다른 의미였다.
- 4장 인도불교의 주요 학파와 교리 中에서
화엄에서 모든 세계의 존재가 ‘상즉상입 융통무애(相卽相入 融通無碍)’한 관계에 있다고 설하는 것은 모든 개별적 존재들이 유기적인 전체로 결합되어 있으면서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각각의 개체들은 자신의 고유한 모습과 기능을 가지고 상호 조건지어지고 조건지우면서 전체적 관련 속에서는 서로 대립적 관계를 맺지 않는다. 모든 개체들은 존재의 관계망 속에서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존재의 총체적인 관계성의 진리를 나타낸 것으로서 흔히 인드라망에 비유된다. 이를 보여 주는 핵심적 개념이 모든 개별적 존재들의 상호중첩성 내지 상호관련성을 나타내는 ‘중중무진 법계연기(重重無盡 法界緣起)’라는 개념으로서 그 근거는 세계 내의 모든 존재자가 유기적인 상호 관계성 속에서 파악되기 때문이다.
- 5장 동아시아 한문불교와 수행론 中에서
『보리도차제론』에 있어서는 초기불교부터 밀교성전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이 하나의 실천체계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명상실천의 내용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깨달음에의 길을 걷는 것, 붓다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일상생활과 명상의 상호침투에 의해 계정혜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티벳불교의 실천론에 있어서는 일상생활과 명상의 밀접한 결합에 강조점이 놓여 있다. 여기서 소개했던 『보리도차제론』은 수행단계의 기초가 되는 동시에 그대로 전 불교의 도달점이며, 불교수행도의 전체적 상을 파악하는 데 불가결한 자료라고 생각된다.